심야괴담회 '생인제사'ㅣ살아있는 사람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한 가족의 저주
7년 전 큰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친가는 일 년에 네 번씩 제사를 지냈고, 명절에는 예외 없이 모두 모였다. 제사 준비는 항상 여자들 몫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제사 음식 준비에 나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큰아빠는 몰래 나를 불러 아이스크림과 용돈을 주며 특별히 챙겨주셨고, 그래서 제삿날이 오면 큰아빠를 만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제사 당일 밤이 되면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했다. 모두가 무거운 표정으로 검은 옷을 입고 말없이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큰집 2층에 위치한 할아버지 방은 언제나 출입 금지였고, 가족들조차 그 앞에서 말을 걸지 않았다. 오로지 제삿날에만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셨다. 방 앞에 향을 피우고, 할아버지는 삼베옷을 입은 채 제사상 앞으로 나와 가부좌를 틀고 앉으셨다. 그때부터 진짜 제사가 시작되었다.
제사의 분위기는 점점 더 기괴해졌다. 큰아빠가 죽은 사람에게 절을 하듯이 두 번 절을 올리고 술잔을 돌렸다. 할아버지는 무표정으로 제사상을 둘러보고 음식을 집어 입에 넣으셨다. 그 양이 엄청났는데도 할아버지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음식을 계속 드셨다. 이 모든 과정을 가족들은 말없이 지켜볼 뿐, 할아버지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그 모습은 너무나 낯설고 무서웠다.
그런데 그날 밤이 할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다. 얼마 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몇 달 뒤에 다시 열린 제삿날, 할아버지의 자리에 큰아빠가 앉아 계셨다. 큰아빠는 그 자리에 앉아 할아버지처럼 제사 음식을 드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큰아빠의 손은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 모습에 사촌오빠는 화를 참지 못하고 상을 엎으며 이따위 제사를 왜 계속해야 하냐고 소리쳤다. 다른 가족들은 불쾌해했지만 결국 아무도 그만두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아빠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병문안을 가보니 큰엄마는 나에게 다정하게 접근하여 이 집안의 생인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집안에 오래전 저주를 퍼부은 한 여자가 있었고, 그로 인해 남자들이 요절하게 되었다는 것. 그 저주를 막기 위해 집안의 남자 중 한 명이 생인제사라는 이름으로 그 저주를 대신 짊어지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큰아빠와 할아버지가 겪어온 일이었다.
큰엄마는 나에게 음식을 건네며 다 먹으라고 재촉하셨다. 나는 큰아빠를 위해 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음식을 모두 먹었다. 며칠 후 큰아빠가 기적처럼 깨어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알게 된 사실은 큰엄마가 나에게 건넨 음식이 큰아빠가 드시던 제삿밥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날 제삿밥을 먹은 나는 아빠에게 저주를 돌려놓게 만든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빠는 끝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 뒤 우리는 친가와 모든 연락을 끊었다.
그런데 얼마 전, 고모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제삿날에 밥이라도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 속내를 알고 있는 나는 이번에는 절대 다시 친가와 엮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유튜브에서 공포라디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