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유배지'ㅣ배달 앱엔 기록되지 않은 콜… 만원 콜의 비밀…
서울에 사는 김씨는 6년 전,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투잡으로 오토바이 배달 일을 시작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오토바이로 도심 곳곳을 누비며 부지런히 일했다. 그런데 그날, 그는 단 한 번의 배달로 오토바이를 처분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새벽 2시. 심야, 고요한 거리를 달리던 김 씨의 스마트폰에 '만원' 콜이 뜨는 알림이 울렸다. 보통 건당 3천원에서 4천 원 수준인 배달료에 비해 2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망설임 없이 수락을 누른 김 씨는 픽업지로 향했다. 음식은 매운 떡볶이 한 상자, 배달 요청란에는 짧고도 특이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픽업을 마친 그는 곧 도로를 빠져나와 주소지로 향했다. 하지만 점점 좁고 어두운 골목으로 접어들 무렵, 그가 가려는 곳이 다름 아닌 ‘유배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 거리도 멀고 한적한 곳에 있는 철거촌 같은 장소들은 일명 ‘유배지’라 불리곤 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이기에 높은 단가를 설정해 둔 것이다.
한참을 헤매던 그는 골목 끝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떡볶이를 들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은 없고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아 불안함이 몰려왔지만, 일단 배달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주소지를 찾아 빙글빙글 돌며 온갖 골목을 들락거렸지만, 주문지에 적힌 곳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저 "없는 전화번호입니다"라는 안내음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 저 멀리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김 씨는 혹시나 떡볶이를 주문한 사람인가 싶어 다가가 "떡볶이 시키셨나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여학생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윽고 김 씨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여학생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왔다... 왔다... 왔다."
소름이 돋은 김 씨는 떡볶이를 떨어뜨리고 뒤돌아 달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여학생이 다가와 그의 팔을 잡으며 “어디 가?” 하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김 씨는 미친 듯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달렸다. 숨이 찰 때까지 골목을 빠져나왔고, 한참을 달린 끝에 인근 편의점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편의점 안에서 진정하려고 배달 앱을 확인해 보니 이상하게도 아까 받았던 ‘만원’ 콜이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패닉 상태에 빠진 김 씨는 머리를 감싸 쥐며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오토바이를 놓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려움에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며, 편의점에서 밤을 지새웠다.
새벽 5시경, 불안한 마음으로 철거촌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찾으러 갔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본 순간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토바이는 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사이드미러 접합 부분에는 말도 안 되게 빠른 시간에 녹이 슬어 있었다. 누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날 이후, 김 씨는 오토바이를 처분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절대로 그 지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로부터 4년 뒤, 투잡으로 다시 배달을 시작한 그는 어느 날, 신축 아파트 단지에 배달을 하게 되었다. 배달을 완료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낯익은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 보였다. 그제야 김 씨는 그 신축 아파트 단지가 바로 4년 전 자신이 떡볶이를 배달했던 그 철거촌 자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여학생은 왜 계속 그곳에 머무르며, 그를 찾아 다니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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