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을 지나가면
기숙사로 돌아오지 못할 뻔한 그 밤, 아타미의 소름돋는 터널 이야기
5년 전, 회사 업무로 인해 사이타마에서 아타미로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설레기도 했고, 아타미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온천 도시라 기대가 컸습니다. 특히 회사 기숙사비가 거의 무료라는 말에 더욱 마음이 들떴습니다. 현실은 기대와 좀 달랐지만요.
아타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지사로 가서 상사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상사는 간단한 업무 이야기를 한 후, "오늘은 기숙사에서 푹 쉬세요"라고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아타미의 거리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낯선 도시를 산책하는 기분은 꽤 좋았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상사가 "아타미는 야경이 참 멋져요"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 밤에 드라이브를 하며 야경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밤 11시쯤, 차를 몰고 아타미의 산길을 달렸습니다. 아타미는 고갯길이 많고, 길이 꼬불꼬불해서 잘못 들면 쉽게 길을 잃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나도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지만, 금방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계속 운전했습니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더 낯선 곳으로 들어서게 되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드라이브를 이어가다 보니, 작은 터널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길이는 30미터 남짓한 짧은 터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터널에 들어가는 순간, 왠지 모를 두려움이 나를 덮쳤습니다. 마치 "여기 들어가면 안 돼!"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 본능을 무시하고 터널 안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터널의 중간쯤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차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차가 고장 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터널 한복판에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섯, 여섯 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돌을 발로 차거나 공기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한밤중, 텅 빈 터널 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는 사실에 머리가 멍해지며 순간적으로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몸이 얼어붙고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장은 쿵쿵 울리며 두려움에 떨렸습니다.
그때, 아이들 중 한 명이 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습니다. 그 커다란 웃음은 이를 활짝 드러낸, 서늘한 웃음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에 공포가 가득 차 비명을 지르며 차를 후진시켰습니다. 차가 터널 벽에 긁히며 불꽃이 튀었지만, 나는 미친 듯이 후진을 계속해 겨우 터널 입구로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차를 돌려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회사의 현지 직원에게 어젯밤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터널을 지나 아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 직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그곳이군요... 그 터널을 지나면 '니시키가우라'로 가는 길입니다."
나는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고,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자살 명소입니다."
만약 내가 그 터널을 끝까지 지나갔다면, 아마 바다로 추락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차 문은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뒤따라오는 다른 차는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단 한 대도요.
이것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었던 무서운 경험입니다.
* 니시키가우라(錦ヶ浦)는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에 있는 해안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절경으로 인해 관광명소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경치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낭떠러지인 탓에 현재까지 500명 이상의 자살 사건이 보고 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 탓에 현재는 성인 키 정도의 경계 철책이 세워져 있으며, 일본에서도 유명한 심령 스폿 중 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찍은 사진에는 종종 심령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원한을 가진 지박령이 여럿 붙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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