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허수아비ㅣ시골 우체국에서 일하다가 ‘그것’을 봤습니다
연말부터 새해에 걸쳐 나는 고향인 군마현의 한 시골 마을로 돌아와, 늘 그랬듯 지역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겨울 방학마다 일했던 곳이라 배달 루트는 이미 훤했다. 직원들도 내가 돌아온 걸 반기며 "즉시 전력 투입이네!"라며 기뻐하셨다.
그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S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그의 인솔을 맡았다. S와 함께 2~3일간 배달을 다니며 길을 알려주기로 했다. S는 술을 좋아해 우리 둘은 금방 친해졌다. 그가 담당할 배달 지역은 집은 적지만, 각각의 배달 장소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뚝 떨어진 곳’이라는 곳이었다.
사건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여덟째 날에 일어났다. S의 배달 구역은 내 구역 바로 옆이라, 그날도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갈 때, 버스 정류장 옆 자판기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오후 5시가 지나서야 S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었다. 그가 헐레벌떡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는데, 얼굴도, 옷도, 자전거까지 온통 흙투성이였다. 눈은 벌겋게 충혈된 채, 무슨 일인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하고 묻자, S는 그저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나는 우편물이라도 잃어버린 건가 싶어 우선 우체국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집배과 과장이 사태를 알아차리고 달려왔다.
"어떻게 된 일이야? 우편물 잃어버린 거야?"
과장이 물었지만, S는 "아니요, 전부 제대로 배달했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아무리 물어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저 "믿어주지 않을 거예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직원들이 걱정스레 다가와 사정을 물었지만, S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다 한 직원이 문득 "혹시… 새까만 허수아비를 본 거니?"라고 묻자, S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고 다른 직원이 "숲에서 본 거야? 아니면 시냇가 쪽에서?"라고 묻자, S는 떨리는 목소리로 "둘 다에서요…"라고 대답했다.
S의 배달 구역 중에 A라는 집이 있다. 중년 부부가 사는 곳으로 보이지만, 그 집까지 가려면 어두운 숲길을 지나야 하고, 작은 시냇물을 건너야 한다. 직원들은 종종 그곳 이야기를 했다. 20여 년 전, 그 집에 화재가 났었는데, 그 불로 어린아이와 조부모가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구하기 위해 숲길에서 힘이 빠져 쓰러졌고, 할머니는 검게 탄 채 시냇가에서 발견됐다. 그 뒤로 A집을 향한 길목에서 알 수 없는 검은 형체가 종종 목격되곤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S는 그날 자기가 본 것을 나직이 이야기했다. "처음엔 허수아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머리가 새까맸고, 머리카락은 기이하게도 새하얬어요…" 그의 말을 듣고 나도 생각해 보니, 한 번 시냇가에서 검은 허수아비 같은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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