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방문자
시골 할아버지에게 들은, 무섭지는 않지만 기이한 이야기.
아직 나와 형이 태어나기 전 일이라고 한다.
시기는 6월 말에서 7월 초.
장마가 온 터라, 그날은 아침부터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농사일도 못 나갈 지경이라, 할아버지는 대낮부터 화로 옆에 앉아 술을 홀짝이고 있었단다.
따로 뭘 할 것도 없고 담배나 태울 뿐.
점심은 진작에 먹었지만 저녁까지는 아직 시간도 꽤 남은 터였다.
자연히 술이 당길 수 밖에 없지만, 술병에 남은 게 별로 없었더란다.
사둔 술도 없기에 이걸 다 마시면 사러 나가야 할 터.
하지만 이 쏟아지는 빗속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시간을 안주 삼아 천천히 한잔씩 기울였다고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술기운이 슬슬 돌아 잠시 누울까 싶던 무렵, 갑자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쾅!]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누가 찾아왔나 싶었다.
[누구야?] 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 두드리는 소리는 뚝 그치고, 빗소리만 들리더란다.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 기척도 없었다.
뭔가 싶어 당황해하고 있자, 잠시 있다가 또 [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가기도 귀찮아서, 안쪽 방에 있을 할머니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잘 들리지가 않는지 대답이 없었다.
[이봐, 할멈.] 하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그 사이에도 문 두드리는 소리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잠도 못 자겠다 싶어, 할아버지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현관에 나섰다.
약간 비틀거리면서도 현관까지 나온 할아버지는, 샌들을 신고 [쾅쾅쾅!] 소리가 나는 문에 손을 댔다.
[그렇게 세게 두드리면 문 다 부서지겠다.] 하고 문 너머 상대를 질책하며, 단숨에 문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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