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내가 어렸을 때, 내가 자는 방은 영의 길, 영혼이 지나다니는 길이었던 것 같다. 그 방에서 기분 나쁜 일이 여러 번이나 있었다. 제일 강렬한 체험은 12살의 여름. 언제나처럼 빨리 이불 속에 들어가 꾸벅 꾸벅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왼손이 잡아당겨졌다. 이불 속에서 끄집어내지는 바람에 패닉 상태가 되어 있는 중, 손목 부근에서 묵직한 아픔이 느껴졌다. 일본 병사 같은 차림새를 한 남자가 흐린 눈으로 일본도를 내려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고 똑같은 곳을 베었다. 그러다 이윽고 만족한 건지 내 손을 놓더니 붙박이장 쪽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울면서 "베어졌다, 베어졌어"라고 말하며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뛰어갔지만 부모님은 "무슨 말을 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며 나를 때렸다. 확실히 손목엔 상처가 ..